왼쪽부터 서울대 이태우 교수,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앤드류 M. 라페 교수, 서울대 김동혁 학생, 서울대 우승제 박사, 펜실베이니아대학 클라우디아 페레이라 에울모 박사, 서울대 박민호 박사
서울--(뉴스와이어)--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은 재료공학부 이태우 교수와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Pennsylvania) 앤드류 M. 라페(Andrew. M. Rappe) 교수 공동 연구팀이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의 격자를 강화해 재료 고유의 저주파 진동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초고효율 페로브스카이트 나노입자 발광 소자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 결과는 지난 7월 24일 세계적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연구 배경
페로브스카이트는 큐브 모양의 나노결정이자 유기 양이온, 금속 양이온, 그리고 할로겐 원소로 구성된 반도체다.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체는 색 순도가 우수할 뿐 아니라 색 조절이 용이하고, 재료 자체의 비용도 저렴해 유망한 차세대 발광체로써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2014년 이전에는 태양전지의 재료로만 쓰일 정도로 상온에서는 발광이 어려운 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이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페로브스카이트의 발광체로써의 가능성에 일찍 주목한 이태우 교수는 지난 2014년 세계 최초로 페로브스카이트 나노결정 발광소재의 원천 특허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 또한 2014년에는 0.1%에 불과했던 페로브스카이트 발광 소자의 효율을 다음 해 8.53%에 달하는 인광 OLED (유기발광다이오드) 수준으로 향상시킨 최초의 성과를 다룬 논문을 발표했다. 이는 해당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들이 페로브스카이트의 고효율화에 대한 집중적이고 심도 깊은 연구를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이태우 교수팀은 지난 2022년 페로브스카이트의 자발광 소자 효율을 이론상 가능한 최대 수준인 28.9%와 47만 nit의 최고휘도, 최장 3만 시간의 수명으로 향상시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페로브스카이트 재료의 상업화 수순으로 이태우 교수의 교원창업기업인 에스엔디스플레이(SN Display Co. Ltd)가 작년과 올해 CES (Electronics Show, 세계가전전시회)에 TV 및 태블릿 디스플레이 프로토타입을 발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이후 연구팀은 페로브스카이트의 고유 특성으로 인해 발광체의 효율이 감소되는 난제를 해결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페로브스카이트 재료는 전통적 무기 반도체와는 달리 약한 이온 결합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결정 격자들의 큰 움직임이 유도될 경우 격자에서 재료 고유의 역동 장애(Dynamic disorder)가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이 역동 장애는 페로브스카이트 재료의 방사성 결합(Radiative recombination) 과정에 간섭해 여기자(exciton)의 해리를 일으키면서 결과적으로 발광효율을 감소시킨다. 이러한 치명적 한계를 극복할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역동 장애가 페로브스카이트 발광 특성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 또는 역동 장애 감소를 통해 발광체 효율을 향상시키는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었다.
연구 성과
이에 앤드류 M. 라페 교수 및 이스라엘 바이츠만 과학 연구소(Weizmann Institute of Science)의 오메르 야페(Omer Yaffe) 교수와 함께 연구에 착수한 이태우 교수팀은 공액분자 멀티포드(Conjugated molecular multipods, CMM)를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체에 첨가하면 페로브스카이트 박막 및 발광 소자의 발광 효율이 향상되는 메커니즘을 제시했다.
CMM이 페로브스카이트 격자 표면과 결합하면 격자가 강화돼 저주파 진동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역동 장애가 감소하면서 페로브스카이트의 발광 효율이 높아지는 원리다.
특히 주목할 만한 성과는 이 메커니즘을 활용해 외부 양자 효율이 26.1%인 발광 소자를 구현했다는 점이다. 이는 페로브스카이트 발광 소자의 최고 효율에 준하는 수준이며, 소자의 광추출 효율이 아닌 재료 자체의 근본적 발광 효율을 향상시켜 얻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기대 효과
또한 이태우 교수팀이 개발한 페로브스카이트 발광 소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발광 소자로써 높은 잠재성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초고선명(Ultra-high-definition) 디스플레이의 색 표준인 Rec. 2020에서 녹색 영역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디스플레이의 색을 구현하는 고색순도 및 고효율의 녹색 발광체는 디스플레이 개발에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번에 연구팀이 개발한 소자는 Rec. 2020의 녹색 원색 기준을 만족하는 발광 파장을 보여줌으로써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상용화를 크게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이태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체의 근본적인 한계점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재료적인 접근법을 제시했다”며 “향후 효율이 높고 수명이 긴 페로브스카이트 발광 소자를 개발하고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상용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앤드류 M. 라페 교수도 “앞으로도 화학, 물리학, 역학, 그리고 광학의 힘을 결합해 더 밝고 에너지 효율적인 차세대 발광체 재료를 개발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팀 소개
한편 해당 논문의 주 저자인 김동혁 연구원은 본 연구팀에서 차세대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체 개발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동시에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고, 우승제 박사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캐번디시(Cavendish) 연구소에서 마리 퀴리 연구원(Marie-Curie Fellow)으로서 초고속 레이져 분광학을 이용한 광전자재료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박민호 박사는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한 후 삼성디스플레이를 거쳐 현재 숭실대학교 신소재공학과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펜실베이니아대학 연구팀의 클라우디아 페레이라 에울모(Claudia Pereyra Heulmo) 박사는 현재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의 공화국 대학교 화학부에서 광전자 공학을 연구하고 있다.
해당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리더연구자지원사업 및 우수연구자교류지원사업과 미국 IMOD 과학기술센터(IMOD Science and Technology Center)의 미국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 NSF)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